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함께 시간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 사이의 연대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을 세 가지 관점 즉 스토리 구성, 인물 분석, 사회적 메시지로 나누어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스토리 - 틈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어느 가족은 도쿄의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들은 소바야 식당에서 일하는 아버지 오사무 세탁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부요 어린 아들 쇼타 미용사 수업을 듣는 아키 그리고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 하츠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혈연이 아닌 선택적 관계입니다.
각자 사연을 안고 흘러들어 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인 것입니다. 가족은 궁핍한 생활 속에서 생필품을 훔치며 연명합니다. 오사무와 쇼타는 슈퍼마켓에서 도둑질을 하고 아키는 성인 클럽에서 일하며 할머니는 가족이 아닌 이들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날 겨울밤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소녀 유리를 발견한 이 가족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학대의 흔적이 역력한 유리는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이후 영화는 유리와 쇼타 그리고 가족 전체가 점차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러나 평화롭던 일상은 어느 순간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쇼타가 훔친 물건으로 인해 경찰에 붙잡히고 그 사건을 계기로 가족 구성원 각각의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유리의 실종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그들이 감추고 있던 복잡한 관계들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스토리는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지만 인물 간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관객은 쉽게 몰입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도둑질이라는 불법적인 행위조차도 이 가족에게는 생존의 수단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이처럼 어느 가족은 틈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묵직한 스토리라인을 품고 있습니다.
2. 인물 구성 - 피보다 깊은 관계의 힘
영화 어느 가족에서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아픔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법적 혹은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가족애를 형성합니다. 오사무는 가족의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지만 본래는 쇼타를 데려온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는 쇼타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보호자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에게는 명확한 도덕적 기준보다 같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우선입니다.
이 모습은 전통적인 가장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합니다. 노부요 역시 자신이 낳은 자녀가 아닌 유리를 보살피며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유리를 향한 그녀의 애정은 매우 깊고 섬세하게 표현되며 친모가 그녀를 학대하던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강한 울림을 줍니다. 아키는 원가족과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가족 안에서만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녀의 모습은 현대 청년 세대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를 상징합니다.
쇼타는 처음에는 도둑질을 게임처럼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죄의식과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유리를 동생처럼 아끼면서도 자신이 그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는 결국 자수함으로써 가족을 보호하려는 결단을 내리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과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만들어낸 유대감이 오히려 전통적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진실되게 느껴진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감독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관객 각자의 답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3. 사회적 메시지 -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
어느 가족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서 사회 구조의 이면을 비추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복지 사각지대, 아동 학대, 고립된 노년, 비정규 노동 등 다양한 문제를 다층적으로 풀어냅니다. 유리를 데려온 행위는 법적으로는 유괴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들의 선택에 대해 쉽게 비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유리가 본래의 가정에서는 학대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적 기준이 아닌 인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이 유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법과 정의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또한 영화는 경제적 빈곤이 인간관계를 왜곡시키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정규직이 아니며 생계 자체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며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돌보는 모습은 정상 가족이라는 사회적 기준의 허상을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히 하츠에 할머니는 사망한 이후에도 연금을 받기 위해 은폐됩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이 경제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녀는 생전에도 주변인들에게 외면받았으며 가족이 아님에도 함께 사는 이들과 진정한 연대감을 형성합니다. 죽음 이후조차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이 설정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노부요가 유리에게 사랑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지만,그때는 정말 널 데려오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옳고 그름을 넘어서 인간적인 감정과 선택의 진정성을 조명한 이 작품은 단순히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