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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검 업무를 하다 보면 비슷한 실수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도 같은 유형의 오류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집중력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몇 년간 현장 점검을 담당하면서 "왜 같은 실수가 계속될까"라는 의문을 품었고, 돌이켜보니 개인보다는 시스템과 환경, 조직문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반복되는 작업 실수의 약 70% 이상이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출처: 산업안전보건연구원](https://oshri.kosha.or.kr)).

    시스템 결함과 표준 절차의 문제

    점검 체크리스트와 측정 장비가 놓인 작업 테이블 모습
    점검 체크리스트와 측정 장비가 놓인 작업 테이블 모습

    점검 실수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체크리스트와 표준작업절차(SOP)의 구조적 결함입니다. 여기서 SOP란 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의 약자로, 작업을 수행할 때 따라야 할 표준화된 절차를 의미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현장에서도 체크리스트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항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모호하게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 상태 확인"이라는 항목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떤 기준으로 확인해야 하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업자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숙련된 직원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부분을 파악하지만, 신입이나 교대 근무자는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사례 중 하나는 진동 측정 항목이었습니다. 체크리스트에는 "비정상 진동 여부 확인"이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진동이 비정상인지 수치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 정도 진동은 있었으니까"라고 판단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장비 고장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근본원인분석(RCA)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기서 RCA란 Root Cause Analysis의 약자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표면적 원인이 아닌 근본 원인을 파고들어 재발을 방지하는 분석 기법입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실수가 발생하면 "담당자가 부주의했다"는 결론만 내리고 끝냅니다. 왜 부주의할 수밖에 없었는지, 절차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는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방치되고,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점검 장비의 노후화나 교정 주기 관리 소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측정 장비가 제대로 교정되지 않으면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고,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저희 현장에서도 압력계 교정이 6개월 넘게 지연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동안 수집된 데이터의 신뢰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점검해도 실수를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반복되는 점검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체크리스트 항목을 구체적인 수치와 기준으로 명시 (예: "진동 수준 50Hz 이하 정상")
    - 이전 실수 사례를 분석하여 절차에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 구축
    - 장비 교정 일정을 자동으로 알림 하는 디지털 시스템 도입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생활 흐름 구조 이해

    인간 심리와 조직문화의 영향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의 심리적 요인입니다. 익숙한 업무일수록 뇌는 자동 모드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습관화(Habituation)'라고 부르는데, 반복된 자극에 대해 반응이 둔화되는 현象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긴장감이 낮아지고 무의식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도 3년 차쯤 되었을 때 점검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적이 많습니다. 숙련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심하고 있었던 겁니다.

    피로 누적도 치명적입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연구에 따르면, 연속 근무 8시간을 초과하면 실수 확률이 평균 30%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출처: OSHA](https://www.osha.gov)). 특히 교대 근무나 야간 작업이 있는 현장에서는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저 역시 야간 점검을 마치고 나면 체크리스트를 보면서도 실제로 확인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었습니다. 피곤하면 "대충 봐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고,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됩니다.

    시간 압박도 큰 문제입니다. 생산 일정이 촉박하거나 상사가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면, 본능적으로 지름길을 찾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라고 하는데, 압박 상황에서는 완벽한 판단보다 빠른 결정을 우선시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제가 일정에 쫓겨 점검을 서둘렀을 때, 평소 같으면 바로 잡았을 문제를 그냥 넘어간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점검표를 확인하며 잠시 생각하는 작업자 모습
    현장에서 점검표를 확인하며 잠시 생각하는 작업자 모습


    조직문화도 실수 반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실수를 보고했을 때 "너 왜 이렇게 일 못해?"라는 비난만 돌아온다면, 다음번에는 실수를 숨기거나 얼버무리게 됩니다. 이런 비난 문화는 투명한 보고를 막고, 문제를 더 키웁니다. 반대로 "왜 이런 실수가 나왔을까? 절차에 문제는 없었나?"라고 접근하는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솔직하게 실수를 공유하고,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저희 팀에서도 비난 대신 원인 분석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후로 같은 실수의 재발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점검이 끝난 뒤 간단한 메모라도 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늘 A 구역 진동이 평소보다 약간 컸음. 다음 점검 시 재확인 필요"처럼요. 이런 기록이 쌓이니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놓치지 않게 되더군요. 또 애매했던 부분은 주간 회의에서 공유하고, 다른 동료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개인의 경험을 조직 차원에서 축적하는 것이 반복 실수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점검 실수는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시스템, 심리, 조직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입니다. 체크리스트를 구체화하고, 근본 원인을 분석하며, 비난 대신 개선에 집중하는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책임감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시스템과 사람이 함께 개선될 때 안전하고 효율적인 점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만약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비슷한 실수가 반복된다면, 한 번쯤 절차와 문화를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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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Medium, TradeAider, Huma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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